일주일에 한 편씩, 나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동네 친구가 우리 동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번 주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흔한 비유처럼, 사람 간의 관계가 함께 써 내려가는 이야기 같은 것이라면 썩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진 못 했던 때가 있었다. 온전한 마침 없이 마침표가 찍히고, 남아있다고 생각했으나 더이상 쓰고 넘길 여분의 백지가 없던 때. 언젠가 찾아올 끝맺음이 다가옴을 어렴풋 느끼면서도 일상을 위해 걸음을 내딪고,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며 매일 오가던 길에서 피어오르던 생각과 기분의 잔재가 짙게 남아 그 길에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던 때, 나는 덜컥 이사를 결심했다. 낮게 나는 비행기를 질리도록 바라볼 수 있었던 곳, 어김없이 강과 길을 따라 벚꽃을 찬연히 피워내다 조금씩 지던 계절에 그곳을 떠나 한강 너머 지금의 동네 연신내에 닿았다.

새로 이사하는 곳 역시 산책하기 좋은 하천이 가까이 있었으면 했다. 이사 2주 전 관련 서류처리를 위해 미리 동네를 찾았다가 일을 마친 뒤 따릉이를 타고 15분이면 갈 수 있는 불광천으로 향했다. 구름이 껴 약간은 어둑한 평일 오후 네 시. 춘분을 겨우 지나 녹음 짙은 풍경을 기대하긴 어려웠지만 들풀이 올라오고 있었고, 천변을 따라 가까이 늘어선 건물과 가게들이 아늑한 분위기를 주는 하천이었다. 각자의 속도로 산책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걷다 보니 다리 위로 식물이 가득한 카페가 올려다보였다. 열려있는 2층 창문 안으로 엿보이는 따뜻한 목재 천장과 조명. 한 눈에 이끌려 찾아간 그곳의 이름은 ‘근린커피’였다. 이 동네에 와서 가보는 첫 공간이었다(...)

“동네 친구가 들려주는 우리 동네 이야기”는 언제나 여러분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길 원하시는 분들은 하단 링크를 통해 원고를 보내주세요.

역촌동 골목길에 보물창고처럼 숨어 있는 카페였어요.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에서 볼 법한 분홍색 비행기 그림이 눈길을 끌었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사장님이 직접 쓰신 시들이 걸려 있었어요. 한 편, 한 편, 찬찬히 읽어보며 올라가자 갤러리처럼 넓은 매장이 나타났어요. 그리고 사장님께서 소년 같은 미소로 반겨주셨어요.

20여 년 가까이 ‘광고인’으로 살아왔다가 이제는 ‘커피인’으로 변신하셨다는 사장님. 메뉴판에 적힌 원두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며 손님에게 맞는 커피를 함께 찾아주시는 사장님에게선 커피를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어요. 그 때문이었을까요,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처음 느껴보는 풍미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답니다. 카페만 가면 반사적으로 ‘아아’만 주문하던 습관, 이제는 바꿔야겠어요.

지역 로컬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는 요리주점 우주. 우주로부터 날아온 외계인의 신호처럼 독특한 간판을 내건 ‘우주’는 퇴근 후의 술 한 잔과 따뜻한 안주, 즐거운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