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행사 하나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함께 행사를 준비했던 사람들과 자축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고생했던 저 자신에게 따로 보상을 챙겨주고 싶었습니다. '느긋한 판다'로서 반드시 대단하고 고급스러운 걸 바라진 않았습니다. 그저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오전 10시, 가게 오픈 시간에 맞춰 일찍이 집을 나선 건 그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연신내에 자취방을 구했을 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연신내 6번 출구는 여전히 공사 중입니다. 만약 6번 출구의 공사가 완료된다면 짜오쌀국수를 찾아가는 길은 더욱 간편해질 겁니다. 횡단보도를 건너 대로변을 조금 걷다 보면 푸르스름한 풀(?)로 뒤덮인 짜오쌀국수의 간판이 보입니다.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언제나 그랬듯 사장님께서 하이톤의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주십니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받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일반 쌀국수를 시켰지만, 오늘은 '보상'인 만큼 좀 더 풍족하게 먹을 예정입니다. 나름대로 이곳의 대표메뉴라 할 수 있는 베트남식 마라쌀국수를 선택합니다. 처음 봤을 때는 현지인들이 기겁할 만한 메뉴라 생각했으나, 이곳의 사장님도 점심으로 마라쌀국수를 드시는 걸 본 이후론 부담 없이 시켜먹습니다. 여기에 고수도 추가하고 면도 추가합니다.
바 테이블 좌석에는 충전기 케이블도 있고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여기서 식사를 할 때는 핸드폰 따윈 잠시 내려놓게 됩니다. 묵묵히 양지와 콩나물, 양파, 면발을 한 젓가락에 집어 입안 가득 밀어넣습니다. 얼큰한 맛이 제 입맛에 딱 맞습니다. 그렇게 식사에만 집중합니다. 독서를 할 때처럼 이 시간만큼은 오롯이 저 자신을 위해 사용합니다.
앞서 말했듯 큰 행사 하나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빙빙레터 또한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재정비에 들어갑니다. 여러분께 작별을 고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더 나은 모습으로, 더 재밌는 콘텐츠로, 다시 에디터 일기라는 이름으로, 혹은 새로운 이름으로, 꼭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빙빙레터를 구독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