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준비를 위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회의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장시간 회의를 진행한 만큼 허기도 더욱 짙었죠. 평소에는 회식을 하기 전에 무슨 메뉴를 먹을지 회의 아닌 회의를 먼저 진행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는 미리 정해놓은 것처럼 의견이 하나로 모입니다. “짜장면이나 먹죠.” 때마침 테이블 구석에는 중국집 팸플릿이 놓여 있었습니다.
요즘은 배달 어플을 켜면 없는 메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에는 배달 메뉴라 하면 피자, 치킨, 족발, 짜장면 정도로 한정되었는데 요즘은 파스타, 모둠회, 오코노미야키, 심지어 마카롱까지 전부 배달이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메뉴가 다양해졌어도 가장 즐겨 찾게 되는 건 아무래도 중국집입니다.
간짜장, 차돌짬뽕, 볶음짬뽕을 차례대로 주문하니 제법 풍족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다들 능숙하게 포장을 뜯고(젓가락을 가장자리에 비벼서 비닐을 뜯는, 모두가 아는 그 방식으로요.), 과감히 법인 카드를 내어주신 대표님께 잘 먹겠습니다, 를 합창합니다. 그리고 한 젓가락 가득 짬뽕 면발을 집어 입에 후루룩 밀어넣습니다.
매콤하고 기름진 맛. 익히 아는 맛이고, 예상했던 맛입니다.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님에도 바로 지난주에 먹은 것처럼 익숙합니다. 그리고 익숙하게 맛있습니다. 이래서 배달 음식으로는 중국집만 한 게 없나 봅니다. 우리가 이미 아는 맛, 그렇기에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맛, 언제나 우리의 뱃속을 충만하게 채워주는 맛.
저희에게 풍족한 저녁 식사를 선물해 준 곳의 이름은 유래성입니다. 배달로 시켜 먹는 중식이 다 거기서 거기일 거란 제 편견을 허물어뜨린 곳이기도 합니다. 간만에 ‘제대로 된’ 차돌짬뽕을 먹었습니다. 면발과 건더기를 전부 건져 먹고도 아쉬움에 계속해서 국물까지 떠먹었습니다. 돈 나갈 일이 많다고 한숨만 내쉬던 대표님이 탕수육에 깐쇼새우까지 주문하신 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