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하루가 정말 길었어요. 시간도 느리게 흘러갔죠. 수업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있을 때는 더더욱이요. 그러나 어른이 된 후로는 하루가 너무나도 짧게 느껴져요. 아이였을 때보다 할일이 많아졌기 때문일까요? 벌써 4월이 다 지나가고 5월을 코앞에 두고 있네요.
이는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닌, 뇌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현상이에요. 아이들은 사소한 일도 재밌고 새롭게 느끼므로 '기억의 강도'가 더 높다고 해요. 반면에 성숙해진 어른들은 웬만한 일에는 감흥이 없어 '기억의 강도'가 약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같은 24시간을 보내더라도 아이들보다 하루를 더욱 짧게 느낀다고 해요.
4월의 여러분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어도, 괜찮아요. 지나간 나날들 중에는 슬픈 날도 힘든 날도 있었겠지만 굳이 기억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뜻일 테니까요.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러분이 단단한 어른이라는 뜻이기도 할 테고요. 그러니 어른으로서의 단단함과 여유로움으로 4월의 마지막 주를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요!
일주일에 한 편씩,나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동네 친구가우리 동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번 주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이야기는 정서은님이 소개하는 ‘숨비로와’입니다!
배달 알림 소리가 카페 안의 적막을 깼다.한가하던 중 타이밍 좋게 들려온 반가운 소리였다. 배달 어플을 켜자마자 요청사항 칸의 “다시 돌아 와 주셔서 너무 좋아요.”라는 짧은 메모가 포스기 화면 위로 떠올랐다. 화면 너머 손님의 즐거워하는 얼굴이 둥실 떠올랐다. ‘저도요. 다시 돌아와서 기뻐요.’ 하며 작게 대답을 했다. 손님의 마음에 이백 프로 공감하는 마음이다.
내가 약 한 달 째 근무 중인 카페 ‘숨비로와’는 이전에 한 번 오랫동안 문을 닫은 적이 있다. 친구 소개로 한 번, 혼자서 공부하러 한 번, 그리고 동료를 데리고 한 번, 총 세 번 방문한 게 다라 큰 감흥은 없다. 다만 은평구에 드문 문화 공간이 사라진 게 아쉬워서 가게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안을 흘끔 들여다보곤 했다. ‘동네 미술관을 밀어내고 얼마나 좋은 가게가 들어오나 두고 보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가게는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마지막 날의 모습 그대로였다. 자리가 팔리지 않은 건지, 사실은 문을 닫은 게 아니고 리모델링 중인 건지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자연스럽게 카페는 내 관심 속에서 잊혀져 갔다.
카페가 내 시야에 다시 들어온 것은 내가 첫 취업 후 입사날짜를 기다리며 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 때였다. 구인사이트의 수많은 구인글 사이에서 ‘숨비로와’ 네 글자가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의 공백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카페에서 일할 바리스타를 구하고 있었다. 나는 이끌리듯 지원서를 제출했고 그렇게 나는 순식간에 이 손님에서 카페의 직원이 되었다.
새신부가 된다는 동네친구과의 청첩장 모임. 정말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인만큼 다른 지역이 아닌 어릴 때부터 저희가 자주 만났던 연신내 근처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죠. 화창한 주말 점심, 특별한 모임을 위한 저희의 선택은 '양식당 브런치'였어요.
'양식당 브런치'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화창한 봄날 점심에 방문하기에 이상적인 장소였어요.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먹는 파스타와 돈마호크 스테이크는 우리가 제법 멋있는 어른이 되었다고 느껴지게 만들기도 했죠. ‘이게 이 가격이라고?’ 하며 되묻게 되는 가성비 좋은 메뉴구성은 덤이기도 하고요.
아침식사로는 조금 늦었지만, 점심으로 먹기엔 이른 시간 식사인 브런치.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한 옛 친구와 다시 만나기엔 조금 늦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어쩌면 그 늦은 시간이 성숙해진 모습으로 친구와 다시 만날 수 있는 브런치와 같은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떠오르는 옛 친구가 있다면, 연신내에서 같이 브런치 한번 즐기자고 연락해보는 건 어떨까요. 바로 ‘양식당 브런치’에서요.
1990년 4월 24일에 우주로 발사된 허블 우주 망원경. 오늘날을 기준으로 10조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자된 초대형 프로젝트였어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사용된 우주 망원경이었으니 NASA의 천문학자들은 이를 단 1분 1초도 허투로 사용할 수 없었죠. 그런데 1995년, 당시 우주망원경 연구소의 소장이었던 로버트 윌리엄스가 엉뚱한 제안을 해요.
바로 10조 원짜리 망원경을 사용하여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우주를 촬영하자는 것! 당연히 윌리엄스의 제안을 두고 '모험'이라는 의견과 '돈낭비'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죠. 결국 허블 우주 망원경은 무려 10일 동안 새까만 우주 공간만 촬영하는 '돈낭비'를 하게 되었어요. 과연 무엇이 촬영되었을까요?
놀랍게도, 10조 원짜리 망원경이 아무것도 없는 어둠을 촬영한 사진에는 3000여 개의 은하가 포착되어 있었어요. 텅 빈 어둠뿐이라고 생각했던 우주가 사실은 수많은 별빛으로 가득한 공간이라는 진실이 밝혀진 순간이었죠. 이로서 윌리엄스의 '돈낭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가 되었어요.
유난히 고되고 힘든 날, 무심코 올려다 본 밤하늘이 별빛 하나 없이 새까맣다고 해서 슬퍼하지 않기로 해요. 마냥 깜깜하게 보이는 밤하늘에선 사실 수많은 별빛들이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물꼬
기쁜 일이 생겼을 때, 혹은 슬픈 일을 함께 이겨낼 때, 여러분에게 별똥별처럼 달려와 줄 고마운 친구들이 있으신가요? 그럼 오늘밤은 그들을 물꼬로 초대해 보세요. 밤하늘을 지붕 삼아 달콤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루프탑 술집 물꼬는 평소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한 끼 저녁 식사를 대접하기에 완벽한 곳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