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았다’와 ‘오래되다’는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요? 똑같은 세월을 보냈음에도 어떤 것은 ‘낡은 것’이 되고, 어떤 것은 ‘오래된 것’이 됩니다. 대부분 ‘낡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오래되다’가 항상 긍정적인 의미로 지니는 건 아니죠.
음악은 ‘오래된 음악’을 즐겨 듣습니다. 제 플레이리스트는 제가 어렸던 시절의, 혹은 제가 태어나기 이전의 음악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반대로 영화는 ‘오래된 영화’와 썩 궁합이 좋지 않은 편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극찬했던 고전 작품들을 몇 번 감상했습니다만, 그들만큼의 감흥을 느끼진 못했죠. 극장에서 잠든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주말에 방문했던 중식당 장가구는 ‘낡은 곳’일까요? 아니면 ‘오래된 곳’일까요? 장가구의 외관과 매장에서는 세월의 흐름이 아닌 세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무려 40년이 넘도록 같은 자리를 지키며 아버님에서 아드님으로 대를 이어왔다고 하니, 지금껏 버텨온 세월이 눈으로 확연히 보일 수밖에 없는 곳이죠.
분명 누가 봐도 ‘낡은’ 곳입니다. 하지만 끝내 그런 표현을 쓰고 싶지 않은 건, 아침부터 장가구를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주, 오랜 친구들, 부모와 자녀들, 점심 시간의 장가구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손님들로 북적였거든요. 여전히 많은 손님들이 장가구를 찾아오고, 좋아하고, 필요로 하고 있으니 장가구도 그토록 긴 세월을 버틸 수 있었겠죠.
‘낡았다’와 ‘오래되다’의 구분에는 세월뿐만 아니라 염원도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오래오래’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낡아낡아’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장가구가 오래오래 역촌동 주민들의 장가구로 남아주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