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건강을 신경 써야 하는 나이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른들이 으레 하는 소리처럼 '돌도 씹어먹을 나이'는 확실히 지나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뭔가를 먹을 때마다 혈당, 탄수화물, 칼로리 같은 단어들이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어렸을 때는 그토록 먹기 싫었던 채소들도 이제는 맛이 있든 없든 일단 먹고 봅니다.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든, 간헐적 단식을 위해 두 끼만 먹든, 아니면 한 끼만 먹어도 배가 부른 '소식좌'든, 뭔가를 먹는 행위는 사람에게 있어서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생물로서, 동물로서 뭔가를 꾸준히 섭취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건 절대적인 법칙일뿐더러, 평소에 무엇을 주로 먹느냐에 따라 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또한 좌지우지되기 마련입니다.
이십 대 시절에는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들을 즐겨 먹었습니다. 라면을 먹더라도 물을 절반만 넣어 끓이는 게 일상일 정도로요. 돌이켜보면 그때는 마음에 정말 여유가 없었습니다. 늘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근심걱정이 많으니 뭐라도 도파민을 팍팍 분비시켜줄 만큼 자극적인 것들이 간절했죠. 뱃속에 그런 것만 들어가니 별것도 아닌 일에 쉽게 짜증을 내고 분노를 터트렸던 기억들이 많습니다. 몸도 마음도 먹는 것도 건강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요즘은 답답한 마음을 자극적인 것들로 들쑤시기보다는, '편안함'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마음이 왜 답답하겠습니까. 지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을 지금부터 걱정하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당장 해결하려고 드는 탓이겠죠. 먹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안 가득 조미료로 범벅된 음식을 밀어 넣는다고 한들 답답한 마음이 풀어질까요. 오히려 속만 더욱 더부룩해져서 불편하기 마련일 텐데.
이번 주에 발견한 밥풀꽃은 '전환마을부엌'이라는 이름 아래 비건 식단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딱히 비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건강하고 손맛 느껴지는 밥상이 좋아서 자주 찾아오는 곳입니다. 고기 대신 콩고기를 사용하 밥상임에도 그릇을 싹 비우고 나면 뱃속이 든든합니다. 그리고 편안합니다. 왜 스님들이 채식만 하시고도 그토록 넓은 아량과 자비로움으로 세상을 대하시는지, 아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